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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도 야마토, 유키, 텐, 모모

보우 (@bows_tw)

밝은 달이 모든 별을 삼켜버린 그 밤에 태어난 아이. 오, 이 아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달의 축복을 받아 태어났다 여겨져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 아이. 달의 축복을 받은, 은밀한 곳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어린아이.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네. 그 주인공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점성술사. 이 아이는 별빛을 집어삼키며 태어났으니, 아이를 위해 움직이고자 한다면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것이오.

집안은 술렁이네. 사람들이 외치네. 점성술사여, 그렇다면 이 아이를 어찌해야 좋은가. 이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아이는 떠돌아야 합니다. 타고난 죄가 아이를 쫓을 것이니, 결코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하고 그 죄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이 아이가 자신의 죄를 잘 따돌릴지.」

 

 

 별이 가득한 하늘이었다.

 깊이 머금었던 숨을 내뱉었다. 깨끗한 공기가 몸을 돌다 사라졌다. 유리알 너머로 보이는 세계는 이렇게나 선명하고 아름답다. 괜한 객기로 인간의 필터를 벗어던지겠노라 선언해버리면 세상은 저에게 번져버린 시야를 선사한다. 안경이 없으면 인간처럼 살지도 말라는 건가. 그건 좀 웃기잖아. 바위 위에 앉아있던 청년이 기침같은 웃음을 뱉으며 양팔을 뒤로해 몸을 지탱했다. 더 넓은 하늘이 보였다. 더더욱 빼곡한 별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이 보였다. 그 속에서 고요히 빛나는 달도.

 음악을 연주하며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수많은 소문을 접하고 야기하며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밤하늘 아래에 묻어버린다. 음유시인이란 그런 존재였다. 떠도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환상을 곁들여 이야기하는 자들. 온 세상을 떠돌며 모든 사람을 스쳐 가는 바람과 같은 자들. 그들이 전하는 조그마한 이야기들은 수많은 사람 사이로 스며들어 간다. 때로는 병상에 누운 아이에게로, 때로는 가게를 마친 빵 가게 주인에게로.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빛을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간 자리에서 그들은 제 요람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전달한다. 얌전히 집에서 기다려준 아이들에게로, 지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에게로. 흩어진 빛이 제 자리를 찾아 뭉치는 순간에, 그들은 더 밝은 빛을 더한다.

 정작 본인에게는 머무를 곳이 없었다. 앉는 곳이 쉼터이고 머리를 대는 곳이 침실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고, 새로운 이야기를 얻게 되는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품고 품어온 이야기들은 길 위에서 살을 얻어 피리 소리에 포장된 채 노래가 되어 나타난다. 자신은 검은 모자 속에 제 얼굴을 감춘 채 피리를 연주했다. 그 노래가, 그 음악이 자신의 파트너를 감싸 안으면 모든 사람은 파트너를 바라본다. 어둠 속에 숨어드는 그림자 같은 악사. 옆 사람의 빛을 위해 제 존재를 가리는 자.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신은 그걸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허리춤에 찬 피리가 괜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어깨에 걸쳐진 옷이 제 몸을 감쌌다. 검은 모자가 얼굴을 가렸다. 이 순간, 자신은 밤하늘에 갇혀버린다. 제 존재를 밝히지 않는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밤하늘 아래에서. 그 일부일 뿐,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어떠한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 완벽한 한 조각.

 “가자.”

 짧고 건조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사내가 옆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밝은 머리색에 천사와 같은 눈동자. 어두운 푸른 옷마저 그 몸을 감싸도는 아우라로 만들어버린 천사 같은 파트너. 만일 하늘에서 별이 한 조각 떨어졌다면 그것은 이 아이일 것이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소년은 무엇보다 현란하고 아름다웠으니까.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위로하는, 그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감춰버리는 환상을 선사했으니까. 자신은 오로라와 같은 이 빛을 모두에게 퍼트리는 암흑이 되어야 했다. 언제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다음 행선지는 작지 않은 나라였다. 품어온 이야기를 전하고 새로운 비밀을 전달받을 장소. 나라가 클수록 그 속에는 맹독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 얼마나 큰 비밀이 태양 아래 모습을 감추고 제 눈을 번뜩이고 있을 것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 비밀스러운 한 조각.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감쌌다. 달과 같은 장식품이 바람을 타고 흔들렸다. 검은 모자 아래, 제 자리를 지키며 그저 고요하게.

 

 부드러운 바람이 창가로 스며들었다.

 책이 가득한 방. 천장까지 맞닿은 책장 안에 가득히 꽂힌 책과 책장 아래에 쌓여있는 책, 선반 위에 쌓여있는 책. 어디를 봐도 책뿐인 방이었다. 높은 곳에 달린 창문이 이례적일 만큼, 빛 아래에서 희게 빛나는 먼지조차 신비한 방. 외부와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는 그 방의 천장은 밤과 낮이 뒤섞여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별과 달이 잠든 밤과 태양이 빛나는 낮. 두 날이 섞여 있는 그 천장에서, 아슬아슬하게 섞여 들어가는 두 시간대의 중간을 타고 내려오면 존재하는 하나뿐인 창문. 그것이 이 방의 유일한 창문이었다.

 높은 사다리 위에 앉아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열려있는 창문은 밤하늘을 머금었다. 수없이 빛나는 별과 얌전히 떠 있는 달. 제 빛을 내뿜는 그 달은 주변의 별을 쫓아내려는 듯, 함께 춤을 추려는 듯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부드럽게, 사납게, 거칠게.

 사내가 가만히 눈을 내리감았다. 작은 존재들이 춤을 췄다. 어지럽기도 했다.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스멀스멀 움직이는 그들 사이에서, 조금씩 고개를 내밀며 싹을 틔우는 작은 불빛. 주변의 작은 것을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하며 제 자신을 덮치려는 듯 솟아오르는 빛.

 천천히 눈을 뜨자니 보이는 것은 변함없이 고요한 밤하늘. 그 안에서 들려오는 별의 속삭임에 사내는 귀를 기울였다. 누구 하나 머무르지 않는 공간에 사내는 홀로 앉아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도 듣지 못하는 것을.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그 은밀한 속삭임을. 그 자신이 타고난 유일한 재주이자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반짝임.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유일한 가족들의 속삭임에 사내는 귀를 기울였다.

 “손님이 오시겠구나.”

 사내가 부드럽게 웃으며 뒤를 돌았다. 책을 읽던 남자가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자홍빛 눈동자에 담겨 드는 은빛의 사내. 아름답고도 고고한 모습을 지닌 사내가 말을 이어갔다.

 “준비하자. 맞이할 준비를.”

 자홍빛 눈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비슷한 형태의 검은 옷이 펄럭였다. 그 모든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던 사내는 다시 한번 눈을 내리감았다. 귀한 손님이다. 무거운 손님이기도 했다. 많이 컸네, 그 아이. 여전히 등에 업은 것은 많지만. 사내가 눈을 떴다. 은빛 속눈썹 아래에서 밤하늘을 담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긴 은발을 감춰주는 검은 옷을, 그 안에 새겨진 황금빛 태양을 몸에 두른 채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빛 태양이 솟아올랐다.

 어둠에 숨은 달을 밀어내고 황금빛 태양이 고개를 내미네. 태양 빛을 받아내는 달이여, 뜻을 받아들이고 그대의 시기를 기다릴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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